이태복 전 복지장관, "외국 15% 내외인 약제비 한국은 28%"

【서울=헬스코리아뉴스】"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밀어붙인 의·약분업제도는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 효과는 의심스러운 반면, 폐해가 눈덩이처럼 커져버린 것이다. 대표적인 폐해는 약제비 폭증이다. 외국에서 15% 내외인 약제비 비중이 한국에서는 28% 이상이나 된다. 건강보험재정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 다음은 환자의 생명과 관련된 의료의 상업화이다. 연구실과 대학병원에서 연구와 환자 치료에 전념하던 교수들까지 돈 잘 버는 개업의 길로 광풍처럼 몰려들었다. 대학병원들도 경쟁적으로 병상수를 늘리고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한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약값 거품을 질타하는 내용의 칼럼을 한 중앙일간에 기고,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전 장관은 22일자 경향신문에 기고한 '비싼 약값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칼럼에서 "불필요한 검사와 장기간 입원, 과잉수술이 넘쳐나는데도 보건행정은 뒤따라가기도 바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의·약분업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약값거품을 제거하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과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약제비 폭증의 주범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다국적 제약사가 보유한 신약 처방을 의사들이 선호하면서 (오리지널 약값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탓이라고 했다. 둘째는 특허기간이 만료된 다국적 제약사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특허 만료부터 복제약을 생산하는 한국 제약사의 복제약값이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이라고 이 전장관은 주장했다.

이 전장관은 마지막으로 들쭉날쭉한 일반 의약품 값을 지적했다. 동일 회사 동일 약품명인데도 약국에 따라 10배의 차이가 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의·약분업 이전에는 전문의약품도 이런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이태복 칼럼]비싼 약값의 ‘불편한 진실’(경향신문, 2007년8월22일자)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밀어붙인 의·약분업제도는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 효과는 의심스러운 반면, 폐해가 눈덩이처럼 커져버린 것이다. 대표적인 폐해는 약제비 폭증이다. 외국에서 15% 내외인 약제비 비중이 한국에서는 28% 이상이나 된다. 건강보험재정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 다음은 환자의 생명과 관련된 의료의 상업화이다. 연구실과 대학병원에서 연구와 환자 치료에 전념하던 교수들까지 돈 잘 버는 개업의 길로 광풍처럼 몰려들었다. 대학병원들도 경쟁적으로 병상수를 늘리고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한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필요한 검사와 장기간 입원, 과잉수술이 넘쳐나는데도 보건행정은 뒤따라가기도 바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의·약분업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선 약값의 문제부터 보자. 현재 건강보험재정이 인정하는 약의 종류는 무려 2만1000개나 된다. 한 질병 치료에 수십 가지의 약이 등록돼 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약효의 차이도 있다. 신약과 복제약이 혼재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평균가격보장 ‘봉 노릇’-

국내에서 판매되는 약은 보통 신약(오리지널)과 복제약(카피)으로 구분하거나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 또는 전문 의약품과 일반 의약품 등으로 나뉜다. 전자는 특허 기간을 기준으로 후자는 제조 국가, 또는 의사 처방 유무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약제비 폭증의 주범은 세 가지이다.

하나는 다국적 제약사가 보유한 신약 처방을 의사들이 선호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탓이다. 거기에다 백혈병 환자들이 쓰는 글리백의 경우 미국에서 1만2000원에 판매되는 것이 한국에서는 2만7000원이다. 국민소득이 2~3배 높은 선진 7개국+1의 나라 약값의 평균 가격을 보장해주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봉’ 노릇을 자초했던 것이다. 필자가 재직 당시에 국제 제약시장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시장 가격을 조사해 봤더니 자기들 나라에서 유사신약이 나오면 인하 조치를 취했으면서도 한국에서는 여전히 신약 발매 당시의 고가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국 정부는 한 번도 세계 시장을 조사해 인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최근 80% 수준에서 신약의 가격을 정하기로 했지만 국민소득이 그들의 절반이므로 50~60% 수준으로 일괄적으로 인하해야 한다.

둘째의 주범은 특허기간이 만료된 다국적 제약사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특허 만료부터 복제약을 생산하는 한국 제약사의 복제약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신약 값이 비싸기 때문에 복제약도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는 등 고가약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회사는 5~6개밖에 없다.

셋째는 일반 의약품 값의 널뛰기다. 동일 회사 동일 약품명인데도 약국에 따라 10배의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의·약분업 이전에는 전문의약품도 이런 경우가 많았다.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에서 모든 약품을 무조건 싸게 공급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연구개발비가 많이 들면 비쌀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싼 것은 당연하다. 한국의 현실은 그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민소득이 절반인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영국의 비싼 신약가를 그대로 인정하고, 연구 개발도 없이 원료를 사다가 만들 뿐인 복제약값이 신약과 비슷한 고가여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최근에 복제약 판매가 책정 과정에서의 비리가 적발돼 수백억원을 추징하고 형사고발까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취할 기본적인 태도는 시장경제의 원칙에 따르는 것이다. 약사법을 개정해 원가 자료를 제출하게 하고 기업의 적정한 이윤을 보장하는 대신 거품을 빼는 것이다.

◆원가자료 제출케 해 거품빼야

이런 제도적 정비 없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국회에서 비준된다면, 의·약분업에 이은 또 하나의 대실패작이 될 것이고, 그 엄청난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과 환자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前보건복지부장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남양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