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병리 마을에는 당숲이 있다.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취병리를 찾아나섰다. 문막 나들목에서 나와 좌회전을 한다.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닌 2차선 도로를 타고 여주방향으로 향한다. 약 2킬로미터를 가지 못해 문막교를 건넌다. 다를 건너자마자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 가는데, 길 입구에 취병길이라 쓰여져 있다.

이 길을 따라 계속 들어간다. 벌새터라는 지명도 보인다. 문막초교 취병분교장을 지나 계속 올라가면 둑이 나온다. 취병저수지다. 도로포장은 잘 되어 있어 올라가기는 무리가 없으나 굽이가 조금 심하다.

취병저수지를 지나 약 3킬로미터 정도를 가면 갑자기 길 좌우로 나무숲이 나타난다. 일부러 심은 것 같지는 않다. 여러 가지 잡다한 나무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 사이로 길이 뚫려 포장이 되어 있다.

이 나무숲이 당숲이다. 이 당숲 너머 마을이 진밭마을이다. 진밭마을은 541미터 높이의 당산에서 시작된 계곡을 따라 형성된 산골마을이다. 길게 늘어진 마을의 형상을 지녔다. 과거 물기가 많아 밭이 질다 하여 붙여진 이전동(泥田洞)에서 지금의 마을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마을 앞을 가리는 마을 숲은 언뜻 보면 길 양편으로 자라있어 가로수로 느껴지는데, 사실은 가로수와는 거리가 멀다. 잘 살펴보면 소나무도 있지만, 물푸레나무, 벚나무, 신갈나무 등 활엽수가 적지 않다.

이 숲은 다른 풍수림들처럼 인위적으로 형성시킨 숲이 아니다. 진밭마을 당숲은 인간이 심어 가꾸고 일부러 길러낸 인위적인 숲이 아니고 자연적으로 형성된 숲이다. 한쪽으로는 물길이 있어 수구룰 형성한다.

숲의 낮은 곳에는 깊은 산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물봉선, 현호색, 눈괴불주머니, 애기똥풀, 풀싸리 파리풀 등이 자라고 있다.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삼림이라는 의미이다.

사실 인위적으로 가꾼 숲이라고 자연의 풀들이 자라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이처럼 도로 가까운 곳, 혹은 마을이 가까운 숲에서 산속에 사는 풀들이 발견되기는 쉽지 않다.

자연의 소산이다. 물론 자연의 소산은 단지 식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마을주민들의 입을 빌리면 고라니, 노루 등의 야생동물을 쉽게 목격한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는 강력한 정부의 시책으로 야생동물의 보호가 더욱 강화되었기 때문에 인간을 무서워하지 않고 내려와 물을 먹고 노니는 짐승들을 볼 수 있다.
물도 1급수이다.

눈으로 바라보면 물고기가 노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바닥이 잘 보이는 맑은 물을 볼 수 있다. 숲 옆의 개울에는 가재가 살고 있다. 가재는 전기가 들어오면 씨가 마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다시 늘어난다는 것이 정설이다.

언뜻 보아서는 가로수 같지만 본래 진밭마을 마을숲은 마을의 들머리를 지키는 수구막이었다. 수구막이는 이름 그대로 물이 빠져나가는 곳이 보이지 않도록 막는다는 의미이다. 단지 물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게 막는 것 이상으로 바람이 새어들거나 빠져나가지 못하고 좋은 기운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수구막이란 그렇듯 진밭마을의 당숲도 마을이 시작되는 입구에 자리 잡은 이 숲은 마을의 전체 모습이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가려주고 기운이 마을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갖고 있다.

매년 추수를 마치면 마을 끝머리 산에서 자라는 아름드리 소나무 두 그루와 이 마을숲 입구에서 제사를 지내는 마을의 전통이 있어 과거 이 마을숲은 진밭마을을 지켜주는 당숲이었음을 알 수 있다.

▲ 안종선(교수)


진밭마을 숲은 진밭마을로 들어서는 입구로서 마을을 통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곳이다. 이와 같은 이치는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가 이곳 하나뿐임을 말하는 것이다. 마을 뒤편으로 다른 지역과 연결된 도로가 없어 현재는 숲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으나 향후 개발의 바람이 분다면 상당부문 훼손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안종선교수 블로그 http://blog.naver.com/sungbosung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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