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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의 풍수여행-8 '영암 집영에서 청빈을 느낀다'
2013년 11월 04일 (월) 09:40:25 안종선(교수) sungbosungbo@naver.com

   
▲ 안종선(교수)
영암은 도갑사로 유명한 마을이다. 더구나 왕인박사 유적지와 도선국사 유적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도선국사는 풍수지리의 중시조인 인물이기에 풍수에 관한한 빼놓고 이야기를 할 수 없다. 혹자는 도선국사를 풍수의 시조라 부르기도 하지만 풍수지리는 누구하나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학문이 아니고 수 천 년 이상의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겪고 경험하여 전수하고 때로 기록하거나 첨삭했으며 노력하여 응집시킨 학문이기에 시조를 따지거나 찾을 수는 없는 일이다.

지방관산을 떠나 2일차로 접어들었다. 첫날은 완도와 완도의 한 섬인 청산도를 둘러보았고 이틀째인 오늘은 해남을 들러 영암을 지난다. 한참을 달려온 후라 고개를 돌려보니 도로에 입간판이 세워져 있고 우리는 영암 학산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자료를 급히 뒤져보니 학산면에는 꼭 찾아보고 싶은 집영제가 있는 곳이다.

학산면은 영암테크노폴리스(대불국가산단) 및 삼호지방산단과 인접하고 전라남도청과 근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영암~순천간의 남해고속도로, 국도 2호선, 지방도 819호선이 지역을 관통하고 있어 전남 서남부를 잇는 교통의 요충지이자 교육과 상업의 중심지로서 활기차고 희망찬 지역으로 성장해 가고 있는 고장이다.

언제부터인지 전라도는 공업이라는 부분에서 조금 뒤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이는 아마도 전라도 사람들에게 소외감을 준 것이라고도 생각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강원도나 충청도에 비교하면 전라도 지방은 매우 발달된 산업기반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산업시설이 빠르게 발달하지 못한 것은 전라도 지역이 우리나라의 생명인 곡창지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곡창지대를 보호하여야 할 당위성이 있고 서해의 해운이 동해보다 유리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전라도 지역의 해안은 어느 지역 못지않게 산업화가 이루어져 있다. 달리 생각하면 산업화가 자연이나 수산물을 생산하는 데는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학산면은 조금은 낙후된 지역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는 아마도 외진 곳이라는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학산면도 힘찬 기지개를 펴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소재지 마을종합개발사업(전선지중화사업, 낙지마을 간판정비 및 명소거리 조성사업 등) 및 상하수도 관거 정비 사업은 소재지권의 쾌적한 환경조성과 더불어 새롭게 변모된 명소로 재탄생 되어 미래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며 영흥 행복마을의 한옥민박타운과 연계한 독특한 문화관광, 체험상품으로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학산면은 예로부터 주민들의 인심이 넉넉하고 예와 효를 중시한 풍요롭고 정이 넘치는 고장이며 국가지정문화재인 중요민속자료 김함의 묘 출토의복, 도지정문화재인 학계리 영암여래입상, 학계리 현종식 가옥과 은곡리 집영제, 금계리 고분, 학계리 지석묘 등이 산재한 문화의 고장이기도 하다.

   

비옥하고 청정한 토질에서 생산되는 고품질의 친환경 쌀과 전국의 식도락가들에게 호평 받고 있는 갈낙탕 등 풍성한 먹거리는 이 지역의 자랑이다.

학산면에는 수많은 자랑거리와 문화재가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제한된 시간 안에 꼭 보아야 할 목적지를 정하고 찾아가야 한다.

애초에 준비했던 자료에서도 붉은 동그라미로 표시해 두었던 은곡리 집영재를 찾아가기로 했다.

집영제는 조금 후미진 마을에 자리한다. 영암군 학산면 은곡리 142-1번지가 집영재의 주소이다. 차가 씽씽 소리를 내며 내달리는 국도에서 6km가량 떨어진 오지의 산골마을 어귀에 자리 잡고 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멀리서도 어떤 건물이 집영제인지 알 수있 다. 마을 어귀에 자리 잡은 이 건물은 오래전 향수를 생각나게 하는 운치가 있다.

집영제 앞에 차를 세우고 주위를 살펴본다. 백호자락은 가깝고 청룡자락은 멀다. 이 건물은 백호자락으로 치우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형상을 지닌 입지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집 주변으로 논과 밭이 있어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솟을삼문 형태의 출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건물이 고색창연한 빛을 뿜어낸다.

어쩐지 집영재는 단순한 민가로 보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며 자료집을 찾아본다. 역시 내 생각이 옳았다. 집영재는 서당으로 사용되던 건물로써 19세기 말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집영재는 동구방향에 해당하는 남서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그 맞은편에 솟을삼문 형태를 이루는 대문간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모습만으로는 전형성을 그다지 벗어났다고 볼 수도 없다. 고개를 둘러보면 집영재의 남쪽으로 관리사인 살림집이 있다. 그 집이 어쩐지 초라해 보인다.

대문간은 유난히 시선을 잡는데 모두 3간으로서 중앙간은 우뚝 솟아있어 말을 타고도 출입이 가능할 것 같은 솟을대문이며 좌우에 1간씩의 방이 있다. 집영제 서쪽으로는 두어간 이상의 부속채들이 단란하게 배치되어 있다.

   

“어, 도투마리 집이다.”
“그래. 이런 집이 있었네.”

일행 모두가 놀란 표정이다. 흔하지 않은 집의 평면 때문이다. 집영재는 H자형의 평면으로서 뼈대를 5량으로 처리하여 몸체가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하고 날개채가 정면 1칸, 측면 3칸반으로 해서 앞으로 몸채보다 1칸을 내밀도록 계획했다.

H자 형태의 집은 전국 어디서나 흔하지 않은 형태이다. 맹씨행단과 몇몇 유명 고택이 이러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찰의 당우에도 이러한 집이 있고 보은의 선병국 가옥도 이러한 형태를 기진 집이다. 이를 일러 도투마리집이라 부른다.

몸채에는 앞뒤로 쪽마루를 두고 좌우날개에도 쪽마루를 시설했다. 이러한 시설로 인해 전형적인 H자 형태를 지니게 된 것이다. 이는 한문의 工자인데 두 개의 공간을 하나로 연결한 형태라는 의미를 가진다.

도투마리는 베를 짜기 위해 날실을 감아 놓은 틀이다. 베틀 앞다리 너머의 채머리 위에 얹어 두고 날실을 풀어 가면서 베를 짠다. 이 도투마리의 모습이 工자 모양으로 생긴 것이다.

예로부터 이 도투마리 집은 가세가 기울고 심하면 사람이 죽기도 하는 가옥 형태로 치부되었다. 특히 이 형태의 집은 순식간에 부자에서 거렁뱅이로 가세가 기울 듯 좋지 않은 가옥의 형태로 치부되었다. 따라서 민가에는 어울리는 구성이 아니고 사찰이나 다른 여타의 집에는 사용된 것으로 보여지는 가옥의 형태이다.

집영제는 민가가 아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건물은 제법 화려한 구성을 갖추었다는 기분이 든다. 몸채는 3간을 전부 대청으로 하여 6간 규모의 커다란 마루공간을 만듦으로서 이 건물의 기능을 충족시킬 수 있게 하였다.

또한 대청 앞은 분합문을 달아 개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좌우의 날개는 각각 앞 1간에 누마루를 시설하고 나머지 뒷칸은 방으로 계획했다.

   

집영제의 지붕은 한 방향에서 보아서는 멋이 아지 않는다. 정면에서 보면 물론 아름답고 왠지 모를 흥분을 주는 건물이기는 하다. 정면에서 보면 좌우로 튀어나온 구조가 나름의 웅장함을 주기에 충분하다. 지붕은 합각 기와지분으로 홑처마이다.

굴도리에 장혀를 받치고 보아지를 끼웠다. 루하주의 주초는 둥근 돌기둥같이 놓았으며 나머지는 둥근 주초를 하였으며 누하주만 두리기둥을 세우고 나머지는 네모기둥을 세웠다. 대공은 사다리꼴 판대공으로 되어 있으며, 집영제의 정면과 좌우 측면에는 차양시설을 하였다.

관리사는 본채와 직각으로 북서향하여 배치되어 있다. 일자형 5칸 전툇집으로 간살이는 북쪽에서부터 2칸의 곳간, 웃방, 큰방 부엌의 순으로 배치되어 있다.

“도투마리 집 맞지요?”
지방 관산에 처음으로 따라온 회원이 되묻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회원의 얼굴에 안쓰러움이 스친다. 풍수지리를 배우고 익히는 학인들에게 도투마리 집은 그다지 환영받는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식을 하기 나름이지만 도투마리집은 가세를 기울게 하고 때로 가문을 주저앉히기도 하는 구성이기 때문이다.

풍수지리에서는 한 장소에 두 개의 동일한 가세를 지닌 가옥이 서 있으면 기 싸움을 하여 가세가 기운다고 설명한다. 도투마리집은 두 개의 동일한 가세를 지닌 가옥을 대청으로 연결하였다는 의미를 가진 것이다.

따라서 두 개의 주(主:건물의 힘 있는 지점, 혹은 건물의 중심)가 대립하여 가세가 기우는 것으로 파악한다. 집영제가 그런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모두가 파악한 것이다. 그러나 걱정할 일은 아니다. 나는 가슴을 펴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곳은 서당이었다고 합니다. 학문을 익히는 학자와 선비, 혹 학생은 청빈해야 하니 어쩌면 도투마리집이 사념 없이 학문을 익히는데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종선교수 블로그 http://blog.naver.com/sungbosung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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