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종선교수
완도항의 주도

완도항에 다다른 것은 12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목적은 청산도에 들르기 위해서였다. 애초에도 게획을 헤웠었지만 11시 배는 타기에 틀렸기에 14시 30분 배를 타자고 결정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청산도에 들어가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다. 시간이 남았으니 우선 점심을 먹고 이곳저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이 곳 완도까지는 제법 먼 길이다. 적어도 5시간 가까이 달려온 것 같은데 그나마도 쉬지 않고 계속해 달려온 셈이다.

애초에 11시 배는 지나친 욕심이었던 것이다. 차라리 여유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마음도 편하고 여유도 있다. 어차피 청산도 들어가 쉴 것이라면 서두를 이유는 없다. 풍수여행이라는 것이 어찌 시간을 다툴 일인가? 여유를 가지고 산천을 살피는 일이다.

서일대학 사회교육원 학생 9명을 이끌고 찾아온 이곳 완도. 생각해 보니 이곳 완도에 온 기억이 없다. 팔자가 팔자이고 하는 일이 하는 일이라 세상을 떠돌며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기록하지만 이곳 완도에 대한 기억은 없는 듯하다. 내가 왜 이곳 완도에 대해 욕심을 내지 않았을까? 아마도 지금까지는 인연이 없었던 모양이다.

배를 탈시간에 여유가 있지만 혹 늦거나 낮선 곳이라 계획이 틀어질 수 있으니 먼저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 사이 잠깐의 시간이 있어 이곳저곳을 둘러볼 요량이었다. 학생들이 완도항 부근의 식당에서 식사를 주문하는 사이 부둣가로 나와 이곳저곳을 살폈다.

그때 바다에 떠 있는 둥근 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바람이 불면 흔들릴 것 같은 느낌의 섬.

사실 이 섬은 완도항에 접어들면서 눈에 들어온 것이다. 처음 완도항에 들어오며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며 하염없이 흘러갈 것 같은 이 섬을 눈여겨보았었다.

이 섬은 내가 목표로 한 여행에서 반드시 살펴야 할 섬이었다. 학교를 출발하기 이전, 청산도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당시부터 이미 조사한 섬이다.

주도[珠島]!
그렇게 불리는 섬이다.

전남 완도군 완도읍 군내리. 천연기념물 제28호로 지정된 섬이 마치도장을 찍어놓은 듯 둥근 섬이다. 그래서 주도라고 불리는지도 모를 일이다. 제법 넓어 보이는 이 섬의 면적은 0.06㎢이다.

그러나 수치상으로 보는 것과 달리 섬은 커 보인다. 마치 푸른 이끼로 덥힌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달리 추섬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는데 완도 부두에서 150m 해상에 있는 무인도이다.

바다라는 것이 거리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데 언 듯 보아서는 불과 몇 십 미터 밖이라 헤엄쳐도 무리 없이 건너갈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이다. 그렇다고 무리할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섬의 모습은 둥글게 보인다. 사방으로 보아도 둥글다. 섬의 모습이 구슬과 같다 하여 주도라는 지명을 얻었다 하는데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방으로 모두 둥근 모습이니 달리 원도라든가, 환도, 둥근섬 등으로 불렀어도 어울렸을 것이다.

원래는 완도에서 300m이상 떨어져 있었으나 간척공사로 육지가 넓혀짐에 따라 거리가 가까워졌다. 만약 이 섬이 육지에 있었다면 옥인사라 불렸을 것이다. 물론 바다에 떠 있다고 해서 옥인사라고 부르지 못할 것은 없다.

바다라고 해서 옥인사가 없으라는 법은 없다. 옥인사와 네모진 상자 형태의 방인사는 풍수지리의 사격에서는 임금의 도장인 옥쇄을 뜻한다.

달리 이름을 붙여 소원봉(小圓峰)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어쨌든 풍수사격으로 살펴본다면 옥인사가 분명하다. 옥인사는 예로부터 임금님의 도장이라 하여 매우 중요한 사격으로 여겼다.

옥인이 있으면 임금이 나거나 임금의 권세를 대변하는 직위에 오른다 하였으니 이곳 완도항 부근에서 큰 인물이 날 표상이라 보아도 좋을 것이다.  

섬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아쉽지만 입맛을 다시며 주위를 빙빙 돌 수밖에 없는 일이다. 다만 이 섬에 대한 자료를 구할 수 있었기에 그럭저럭 이해는 되었다.

이 섬은 식물생태 연구에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 1962년 12월 3일 천연기념물 제28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지구에서는 종자전쟁, 혹은 식물전쟁이 일어날 것이고 이러한 점으로 보아도 식물과 생태는 귀한 자원이 될 것이다.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보존할 필요가 있다.

원거리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살펴보아도 섬에서는 넓은 잎이 달려있는 나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각종 자료에 따르면 이 섬에도 잎이 넓은 나무가 있다. 그럼에도 바늘처럼 생긴 잎을 지닌 나무로만 보이는 것은 아마도 너무 푸르기 때문일 것이다.

섬 전체가 상록수림인데 후박나무, 참식나무, 메밀잣밤나무, 붉가시나무, 돈나무, 감탕나무, 송악 등의 상록수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송악은 고창에만 나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이곳에도 있다하니 더욱 정겹다. 그뿐 아니다. 반드시 상록수림으로만 이루어진 숲은 아니다.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벚나무, 예덕나무, 멀구슬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등의 낙엽활엽수림, 고란초 등의 희귀식물까지 총 137여 종의 다양한 식물로 뒤덮여 있다. 고란초라는 글귀에는 눈이 뛰었다. 사실 고란초가 부여 고란사에만 있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무들은 오래도록 보존의 단계를 거쳐 온 결과이다. 물론 섬이라는 지역적 조건과 환경적 요인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보존의 수순을 밟아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할 것이다.

조선사대에는 봉산(封山)으로 지정되어 벌목이 금지되었고 섬 중앙에 서낭당이 있어 나무들이 잘 보존되어 왔다고 한다. 이곳에 서낭당이 있었다는 것은 신성스러움으로 보존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하다. 근래에 방문객들로 인하여 삼림의 일부가 훼손되자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철썩!
파도가 친다. 섬 주변은 바위로 둘러싸여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섬에서 바다에 면하는 곳은 바위가 드러난 셈이다. 이러한 모습 때문에 섬은 더욱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섬이 지니는 특징이기는 하지만 이러 인해 더욱 둥글게 보여지는 효과를 나타낸다.

주도!
둥근 섬, 마치 구슬 같다는 섬. 단순하게 눈으로 보아서 구슬 같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한 섬이다. 그 섬은 어찌 보면 하나의 자연물에 불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도가 만들어 내는 표면적인 절경과 더불어 임금님의 도장이라는 의미를 지닌 옥인사의 모습은 이곳 완도의 앞날에 많은 인재가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하다.

밥 먹자고 부르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 그만 살펴보고 들어가서 밥을 먹어야 겠다. 그래야 다음 목적지인 청산도로 향하는 배를 탈 수 있을 것이다. 청산도에서 나오는 길에 다시 한 번 주도를 살펴볼 요량이다.

안종선교수 블로그 http://blog.naver.com/sungbosung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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